내가 이 사진을 찍은 지가 벌써 10년이 넘은 것 같지만, 아직도 나는 이 사진을 보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나는 이 사진을 내가 좋아하던 필름 카메라인 SRT-101이라는 완전 수동 카메라로 찍었습니다. 이 카메라는 내가 태어난 해와 같은 해에 출시되여 근 50년이 넘은 기종입니다. 완전 구형이지만 (조금 말을 보태어서) 못 박을때 망치 대용으로 써도 될 만큼 튼튼한 카메라입니다. 사진 역사상 처음으로 미놀타에서 전자식 조광계를 장착한 카메라라고도 알고 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이 카메라가 내 손에 들어왔고, 사진을 찍을 때마다 참 좋은 사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오죽하면 프랑스에 올 때도 이 사진기를 포기하지 못했습니다.
내가 이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그렇게도 내가 아끼는 카메라로 찍은 것도 있지만, 사실 그것은 파리가 소고기 국그릇에서 잠깐 앉아서 국물을 할짝거리고 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제가 정말로 이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는 아내의 환한 미소 때문입니다.
저는 결혼하면서 늘 생각했던 것이 있습니다.
“결혼 전 연애할 때보다 결혼 한 후에가 더 행복하고,
결혼한 후 보다 첫 째를 낳은 후에 더 행복하고,
첫째를 낳은 후보다 둘째를 낳은 후가 더 행복하고,
결혼 후 10년 후가 더 행복하고 … ”
이것이 저의 결혼에 관한 생각이었고 꼭 그렇게 살겠다고 다짐하곤 했습니다.
아내의 행복한 미소를 볼 때마다 나는 그것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오래 가지 않아 그것은 정말 “온실 속의 철없는 고백”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생에서 느닷없이 다가오는 시련의 소용돌이 속에서 나는 얼마나 연약한 그릇이었는지가 금세 드러난 것입니다. 그때 나에 대하여 얼마나 실망했는지… 남편의 자격이 없는 사람을 만나 자신의 평생을 내어 맡긴채 살아온 아내에게 한없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금도 늘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시련 속에서도 늘 함께 있어주고, 환하게 웃어주는 아내의 모습이 고맙기만 합니다. 이 사진에서 아내가 웃었던 때처럼 늘 항상 그렇게 아내를 환하게 웃게 하여 주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