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 해가 조금씩 머리를 내어 밀면서, 밝게 빛나던 가로등 불빛들이 조금씩 희미해져 가고 있고, 그만큼 사물들은 자신의 색을 조금씩 되찾아가고 있습니다. 건너편 건물 유리창에 비친 동쪽 하늘에는 해가 막 머리를 디밀고 나오려는 듯 엷은 주황색 파스텔 톤의 빛들이 하얗게 변해 가고 있습니다. 참 신비롭고 평온한 남프랑스의 아침 풍경이 창 밖으로 펼쳐져 보입니다.
프랑스에 온 지 벌써 13년 차가 되었습니다. 정확히는 12년하고 몇 개월이 더 된 것입니다. 문득 처음에 프랑스에 도착했던 날이 생각이 납니다. 프랑스에 대하여 아는 것이 거의 전무했던 때,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는 믿음 만으로 짐을 싸 들고, 무작정 프랑스행 비행기를 탔던 그 날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기만 합니다. 생전 처음 12시간이 넘는 장거리 비행을 통해 파리에 도착할 때의 그 설레임과 두려움이란 복잡한 마음은 차마 말로 표현하기 힘이 듭니다.
샤를 드골 공항에 내리고 나서야 나는 현실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라고 속으로 되뇌이기도 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납니다. 파리에서 다시 비행기를 타고 한 시간 반이 넘도록 날아 도착한 ‘몽펠리에’라는 도시! 저는 그 일년 전만 해도 지구 상에 이런 이름을 가진 도시가 있는지도 몰랐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 생소한 도시의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맡았던 톡특한 공기 냄새는 이곳이 한국이 아님을 피부로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한국에서 평범하게 느끼던 그 공기와 다르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공항에는 교회 집사님들 몇 분께서 마중을 나와 우리 가족을 따뜻하게 맞아 주셨습니다. 집사님들의 차에 짐을 나눠 싣고 제가 살아야 할 집으로 이동하는 동안 어두운 밤 차창 밖으로 보이는 미지의 세계를 바라보며 훈련소에서 자대 배치를 위해 따불백을 메고 이동하던 그 때 생각이 났습니다. 웬지 모를 무거움이 가슴을 깊숙히 눌러 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프랑스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